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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에 생각나는 사람
 
記者 김동길
 
 

    1970년대에는 군사정권이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전혀 해보지 못하다가 전두환 시대가 되어 여권도 발급받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오십 대의 나는 정력도 왕성하고 오라는 데도 많아서 한인들이 모여 사는 땅이면 어디나 초대를 받아 강연을 갔었다.


   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 알게 된 이들 가운데 딸이 예일대학에 다닌다는 순수한 가정주부 한 사람이 있었다. 많은 편지가 오고 갔고 그가 보낸 편지가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여 그에게서 온 많은 편지를 돌려주고 지금은 한 장도 가진 게 없지만 내 기억에 그이는 아마도 앙드레 지드의 <좁은 문>에 심취한 여성인듯 하였다. 편지를 받는 사람 란에 내 이름 대신 제롬으로 쓰고 보낸 사람도 자기 이름으로 하지 않고 알리샤라고 적곤 했다. 나는 지드의 <좁은 문>을 일본어 번역판밖에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 <좁은 문>을 중심 한 나의 지식과 정서는 제한된 것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될 만큼 내 기억 속에 아름다운 인상으로  남아 있다.


​      그는 사진 촬영의 달인이고 도예에도 관심이 많아 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직접 만든 도자기 판때기 두 개를 선물을 해준 것이 있다.  “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”와 로버트 브라우닝의 한마디 “grow old along with me, the best is yet to be” 라고 새겨진 판때기인데. 지금은 우리 집 담벼락 어딘가에  걸려 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세월을 지내왔지만 내가 떠나면 거들떠 볼 사람도 없을 것이다. 여름이면 담쟁이에 쌓여 있어서 그 글자를 읽어볼 수 있는 사람도 없다. 그는 젊어서 세상을 떠나고 수없이 많은 가을을 나는 살았다. 가을은 매우 슬픈 계절이다.


김동길

Kimdonggill.com


 
기사입력: 2020/11/26 [05:14]  최종편집: ⓒ 국제타임스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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